졸업
- Minji Ko
- May 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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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ug 2, 2022

(Photo: @amavit.img)
지난 2년의 대학원 생활은 내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세상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간직했던 꿈이었지만 석사 생활 전까지 이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생각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그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하고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 더 보고 배워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렇게 난 콜롬비아 대학교에, 뉴욕에 왔다. 수업 시간엔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교수님, 동기들과 함께 흡사 탁구 경기같은 토론을 했고 쉬는 시간에는 학생 그룹들이 주최한 토론회와 발표회에 쫓아다녔다. 월스트릿 한가운데 있는 작은 오피스에 인턴으로 출퇴근을 했고, 어린 시절 왔었던 유엔 문턱을 버츄얼로 다시 밟으면서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았다. 새로운 지식과 영감 속에 헤엄치면서 내 가능성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지난 2년의 대학원 생활이었다.
외부와의 접점을 넓혀갈 수록 내 힘과 목소리는 더 뚜렷해졌다. 기후위기, 인종차별, 난민 인권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들과의 대화와 토론 속에서 내 지식은 다듬어졌다. 컨퍼런스 발표, 스타트업 만들기 등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나도 몰랐던 용기를 발견했다. “(지옥 말고) 한국에서 온 페미니스트 국제개발운동가"로서 낼 수 있는 나만의 경험과 목소리가 있다고, 또한 이 세상에 내 경험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있다고 믿게되었다.
돌이켜보니 그런 깨달음 속에서 이 글 계정이 태어난 것 같다.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싶은가? 이에 대한 모든 답을 찾지는 못했을지라도 그 고민의 내용은 깊고 정교해졌고 그러면서 태어난 생각의 실마리들을 여기에 풀어나가고 싶었다. 어쩌면 생각을 펼치고 나누고 다듬을 수록 이 사회에서 내 역할도 더 확고해지지 않을까?
꿈을 쫓는 것은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느정도 정해져있는 편한 길 대신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는 것이 허황되고 바보스러워 보였기에. 하지만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생각은 바뀌었다. 석사과정에서 만난 동기들과 함께 고민하고 배우면서 즐거운 성장을 했고 앞으로의 내 길에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졸업. 내가 만들어나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많은 것은 미지수이지만 꽤나 흥미진진한 불안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