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 Minji Ko

- Feb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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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이 되었고 만으로도 한살을 먹었다. 한국 밖에서 살 때는 나이를 잊고 사는 것 같다. 한국의 나이 질서 체계에서 벗어나서 그런가. 무튼 여기 나이로는 27살, 한국에서는 28살 (또는 29살), 이제 나는 완벽하게 2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한살씩 야금야금 먹어갈 때마다 별로 큰 생각은 들지는 않지만, 내가 통계학적으로 어떤 나이 카테고리에 들어가는지 변할 때 나이가 많아지는게 실감이 든다. 그래서 20대 후반 사람들이 30이라는 나이에 특별히 무게감을 느끼나보다. 10대 때는 20대 카테고리에 들어가는게 너무 즐거운 일이었는데 20대에서 30대 카테고리에 진입하는 건 좋든 나쁘든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아마 이건 사람이 몇살인지에 따라서 사회의 기대치와 시선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흔히들 우리는 10대는 어른을 준비하는 시기, 20대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시기, 30대는 자리를 잡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20대 후반의 사람들이 30대로 접어드는 과정이 무서울 수도 있겠다. 난 아직도 내 삶의 갈피를 못잡았는데 왠지 이제는 중요한 ‘어른다운' 결정을 내려야하는 것 같으니까.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이며, 어떤 파트너를 만날 것이며, 어떤 도시/나라에서 살아야할지, 내 삶의 많은 것들을 결정할 너무나 중요한 질문들인데 나이를 먹어가니 그런 결정을 곧 내려야할 것 같아 조급함을 느끼나보다.
나이가 주는 무게 때문에 굳이 그런 결정을 재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나도 아직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많고, 끝도 없이 새로운 것들이 궁금해서,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하기엔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계속 여기저기 옮겨다닌다고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나이가 가져오는 책임감은 느껴진다. 내가 살아온 나날들에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내 존재에 대한 책임감.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존중하고 싶다는 인연에 대한 책임감. 굳이 ‘자리잡은' 사람이 아니어도 그런 책임감을 지키는 것이 ‘어른다운'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진지한 생일 전야를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