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apologetic
- Minji Ko
- Nov 1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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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는 Unapologetic 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과와 겸손이 미덕인 한국 사회에서 이 단어는 굉장히 부정적으로 들린다. 세상에 사과를 하지 않는다니! 하지만 이 단어는 긍정적인 맥락에서 쓰일 때도 있다. 긍정적으로 쓰일 때 이 단어와 가장 비슷한 한국말은 “당당한"이나 “용감한"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말과 행동에 대해 믿음과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한테 양해를 구할 필요가 없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
한국에서 사과는 내 사회생활의 일부분이었으며 내 경험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 자신감있고 당당한 사람은 싸가지 없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 같다. “어디서 여자애가 어른한테 눈을 똑바로 뜨고…!” 너무나 익숙한 톤앤매너이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땐 “당당하게 걷지 말아라”는 충고까지 들은적도 있다. 물론 그래서 난 사과했다. 당당하게 걸어서 죄송합니다..
반면, 뉴욕에서는 자신감있고 당당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커리어 코칭 같은 행사에 가면 계속 자기소개 (“pitch”) 를 연습시키는데 여기서 자기소개는 “렛미 인트로듀스 마셀프~”로 시작하는 자기소개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내 경험과 성과로 구성된 전략적 자기 자랑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살짝 웃는 표정으로,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렇게 못하면 일자리를 못구하니깐. 내 지식과 성과를 얘기하는게 익숙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높이는게 자유롭지 않은 사회에서 살다온 탓에, 이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는건 너무 어렵다.
난 나를 믿고 있으며 꽤나 자신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해야하는 말을 할 것이라 다짐한다. 또, 현아의 “내가 잘 나가서 그래" 씨엘의 “나쁜 기집애"를 들으면서 당당하게 걸을 것이다! (다른 bgm 추천은 댓글로 부탁한다.) 이에 대해 난 양해를 구한다거나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